Word Size

2025. 12. 29.
게시일
Dec 29, 2025

Word

Word는 데이터의 한 단위로서, 정의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에 사용에 주의해야 할 용어이다. 컴퓨터의 여명기에 Word Size란 컴퓨터가 한번에 처리하는 기본 데이터 단위를 의미했다.
80년대에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하고 Word size는 기본 레지스터(범용 레지스터, 주소 레지스터)의 크기의 의미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안의 범용레지스터의 크기가 곧 CPU안의 연산장치인 ALU가 한번에 처리하는 기본 데이터 단위였기 때문이다.
주의할 점은, x86-64 아키텍처에서는 범용 레지스터가 64bit임에도 ISA 차원에서 Word라는 단위를 16bit로 정의하는 전통이 있다. 이는 현재의 x86-64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x86과 관련된 시스템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Word라는 용어가 나오면 그건 그냥 16bit라고 보면 된다.
왜 x86-64에서는 Word = 64bit가 아니라 16bit인가?
x86의 역사를 살펴보면 과거 레지스터 크기가 16bit인 시절을 32bit → 64bit 순으로 확장한 게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있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16bit CPU 모드를 호환성 모드로 탑재하고 있다. 지금도 x86-64 CPU를 부팅하면 16bit 모드로 켜진 뒤, 64bit 모드로 전환된다.
따라서 Word=64bit라고 재정의하면 16bit, 32bit 호환모드에서의 Word와 혼동할 여지가 있다. 그래서 여전히 Word=16bit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Word Size와 주소 크기의 관계

현 세대 대표적인 64bit ISA인 x86-64와 ARM64 계열 CPU를 기준으로 하자면, 범용 레지스터도 64bit, 주소 레지스터도 64bit, 따라서 메모리의 논리 주소의 크기도 64bit이다. x86-32와 ARM32도 마찬가지로 레지스터 크기와 주소 크기가 32bit로 동일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32bit CPU = 주소가 32bit, 64bit CPU = 주소 공간이 64bit라는, Word Size와 주소 크기가 같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본래 Word Size와 주소 크기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x86 CPU의 조상인 8086만 하더라도 16bit Word였지만, 주소는 20bit였다. 초창기에는 Word Size가 4bit, 8bit, 16bit이었는데, 이 시기에는 주소의 크기를 Word Size와 동일하게 하면 사용 가능한 메모리가 극단적으로 작은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8비트 주소의 경우 할당 가능한 메모리가 고작 256B, 16비트 주소의 경우 64KB에 물과하다. 그렇기에 이 시기에 출시되는 CPU들은 일반적으로 Word Size보다는 주소와 주소 레지스터의 크기가 더 컸다. 이렇게 주소 크기가 레지스터의 크기보다 더 큰 경우, CPU에서 주소를 다루거나 표현할 때 여러개의 레지스터를 사용해야 했다. CPU 설계에도 발목을 잡는 지점이고, CPU를 사용하는 프로그래머 입장에도 복잡하기 짝이없는 시스템이다. (과거 C언어의 포인터가 어렵다는 괴담을 양산한 게 이 초창기 x86 CPU의 괴상한 주소 설계도 한 몫 했다는 썰이 있다.)
Word Size가 32bit에 들어서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다. 32bit의 4GB 주소공간은 이전 16bit의 64KB보다는 압도적으로 거대했기 때문이다. ISA 개발사들은 주소의 크기를 Word Size와 동일하게 설계할 여유가 생겼고, 32bit 부터는 주소를 한 개의 레지스터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이 4GB의 주소공간 조차도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는 과거와는 다르게 칩 설계 공정도 함께 비약적으로 개선되며, ISA 개발사들이 아에 Word Size와 주소공간을 동시에 64bit로 올리는 전략을 사용했다.
개인적으로는 미래에는 64bit보다도 더 큰 Word Size CPU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SIMD 명령 등 일부 명령어는 16바이트 단위로 데이터를 다루고 있다. 반면 64bit 주소가 할당 가능한 메모리 용량은 16 엑사바이트에 달하기에 대체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는 오히려 주소 64비트보다 Word Size가 더 크게 설계된 ISA가 등장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Bit War

1980년대에 들어서며 기업들은 CPU의 Word Size를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기 시작했고, 8bit → 16bit → 32bit로 이어지는 확장 과정에서 성능 경쟁을 벌였다. 이 시기는 흔히 Word Size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Bit War”라는 마케팅 경쟁이 벌어졌다.
Word Size가 곧 성능을 의미하는 것처럼 홍보되다보니, 실제 CPU의 Word Size와 다르게 어거지로 bit수를 키워 홍보하는 경우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Atari Jaguar가 있는데, 레지스터 사이즈가 아닌 일부 시스템 구성 요소가 64bit 데이터 경로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64bit 시스템”으로 전면 홍보했다.
물론 소비자와 개발자들이 Word Size만으로는 실제 성능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면서, 홍보 전략은 점차 파이프라인 구조, 클럭 주파수, 그리고 멀티코어 구성과 캐시 용량 등 보다 실질적인 요소로 이동하였다.
오늘날에는 벤치마크 점수가 널리 활용되면서, 소비자들이 CPU 성능을 비교적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제목: Word Size작성일: 2025. 12. 29.